시작.
지난 <검은 신화 : 오공> 리뷰에 이어서 진행한 게임은 바로 <워해머 40K : 스페이스 마린 2>입니다. 사실 관심이 없던 시리즈라서 게임도 할 생각이 없었는데 , 여러 유튜브 후기를 보고 저도 구매해서 플레이를 해봤습니다.
1) 게임에 대하여.
1-1) 장르
'스페이스 마린 2'는 3인칭 슈팅을 기반으로 하는 어드벤쳐 형식의 게임입니다. 기본적으로 슈팅 게임으로서 총을 쏘는 맛이 좋은데요, 거기에 더불어 근접전에서 백병전의 묘미가 있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의외로 총보다 근접 무기를 휘두르는 경우가 더 많기도 합니다.
그런데 장르 설명에 이 게임을 '핵 앤 슬래시'라고 명시한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실제로 전투 스타일도 '핵 앤 슬래시'의 모습을 하고는 있지만, 정말 겉모습만 그런 것입니다. 만약 디아블로와 같은 '핵 앤 슬래시'를 생각했다면 그것은 큰 오산입니다. 몰려오는 타이라니드 군대를 격파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전술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무턱대고 들이받았다가는 어느새 Game Over가 될겁니다.
1-2) 배경
'워해머 40K'의 세계관은 아주 방대합니다. 1987년부터 만들어진 이 세계관을 본 포스팅에서 모두 설명하기란 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게임을 구매할지 고민하실 분들을 위해서, 워해머40k의 세계관을 매우 압축해서 간략히 안내드리겠습니다. 더불어 1편의 줄거리와 2편으로 이어지는 전개도 짤막하게 남겨보겠습니다.
1-2-1) 워해머 40K 세계관
워해머 40,000의 세계관은 거대한 스케일의 우리 은하계를 배경으로 하며, 41번째 천년기, 즉 40,000년대의 인류 제국을 중심으로 여러 외계 종족과 무자비한 전쟁을 다룹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 미래에 펼쳐지는 행성 간, 종족 간의 전쟁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참고로 <워해머 40K : 스페이스 마린 2>에서 우리는 인류 제국의 최종병기(?)인 '스페이스 마린' 타이투스 부관을 플레이 하는 것입니다.
이 세계관에는 인류 제국과 함께 오크, 타이라니드, 엘다, 네크론 등의 외계 종족이 존재하며, 카오스와 워프라는 개념도 포함됩니다. '카오스'는 '타락' 또는 '배신', '이단'과 같은 개념으로, '카오스 신'을 숭배하는 존재들을 '카오스 세력'이라 일컫습니다. 이들 중에는 타락한 스페이스 마린인 '카오스 스페이스 마린'도 있으며, 이 세계관에서 이들은 매우 위협적인 존재입니다.
'워프'는 차원 간 이동을 가능케 하며, '사이킥' 능력의 근원지이기도 합니다. 워프를 통해 은하계의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지만, 동시에 카오스와 악마들이 존재하는 불완전하고 위험한 공간이죠. 특히 1편의 내용에서 타이투스가 이단으로 의심받게 되는 원인도 바로 이 워프에 노출된 것 때문입니다.
1-2-2) 1편의 줄거리, 2편으로의 전개
1편에서도 2편과 마찬가지로 '타이투스'를 주인공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는 2중대장으로서 '오크'에게 침공 당한 '그라이아' 지역을 지키기 위해, '레안드로스'와 '시도누스'를 분대원으로 데리고 작전에 급파됩니다. 오크의 침공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타이투스'는 워프 에너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었고, 이로 인해 마지막에 타이투스는 이단으로 의심받게 되면서 막을 내립니다. 이단으로 의심받는 이유는 워프 에너지에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타락하지 않는 그의 저항력 때문입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레안드로스'는 타이투스를 이단심문소에 고발해버리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타이투스는 이단심문소에서 심문을 받고 여러 실험을 당하는데, 이후 어떤 사건을 계기로 그는 데스워치 소속으로 임명됩니다. 데스워치 소속으로 여전히 제국을 위해 싸우던 타이투스는 어느 날 카다쿠 행성에서 타이라니드가 창궐하는 상황을 맞이하고, 그들을 궤멸하는 임무를 맡게 됩니다. 이 임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스페이스 마린 2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99% 압축률로 요약한 내용입니다. 물론 내용에 오류가 있을 수도 있으니 그런 경우 댓글로 의견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시청각적 특징.
2-1) 비주얼
<워해머 40K : 스페이스 마린 2>는 훌륭한 비주얼과 생동감 넘치는 액션으로 잔혹한 전장 레시디우스 성계를 완벽하게 그려냅니다.
최근 게임들은 대부분 '언리얼 엔진 5'로 개발하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스페이스 마린 2'는 개발사의 자체 제작 엔진인 '스웜 엔진'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엔진은 개발사(세이버 인터랙티브)의 이전 작품인 '월드워 Z: 애프터매스'에서도 사용된 바 있습니다. '월드워Z'가 압도적인 좀비의 물량을 표현하는 게임인것처럼, '스페이스 마린 2'에서도 외계 종족이 대량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많이 연출됩니다. 그 과정에서 프레임 드랍 없이 안정적으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이는 '세이버 인터랙티브'가 가진 경험과 개발 능력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물량전에서 놀랐던 포인트가 하나 있다면, 수많은 가고일 떼가 하늘을 뒤덮는 연출 속에서 실제로 그들을 사격하면 개별 가고일이 하나씩 격추된다는 것입니다. 즉, 단순한 연출용 그래픽이 아니라, 플레이어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각각의 개체라는 점에서 저는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네요.
그리고 수많은 괴물들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공격과 처형의 연출은 꽤 고어합니다. 최근 <스텔라 블레이드>를 제외하고는 이렇게 고어한 표현을 가진 게임이 많지 않아서 저는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2-2) 사운드
'스페이스 마린 2'는 백병전의 묘미가 있지만, 어쨋거나 슈팅게임입니다. 당연하게도 총기마다 다른 사운드를 제공하며, 전장에서의 총격과 포탄 소음, 그리고 외계 생명체 '타이라니드'의 울음소리를 더하면 정말이지, 전장 한복판에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특히 사운드 측면에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더빙'입니다. '스페이스 마린 2'는 플레이 상황과 컷신이 적절히 배치되어 있으며, 중간중간 멋진 연출과 훌륭한 더빙 덕분에 마치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는 듯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3) 플레이 경험.
3-1) 조작 경험, 패드 지원
'울트라 마린'을 조작하는 경험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출중한 타격감과 함께 그들의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었으며, 총기를 다룰 때의 진동과 반동 덕분에 총을 쏘는 슈팅 상황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듀얼센스'의 '어댑티브 트리거' 지원은 수많은 유저들이 극찬하는 특징이죠. 전반적으로 패드 지원이 매우 뛰어나서, 사실 듀얼센스의 '햅틱 피드백'은 정식 지원하지 않지만, 이를 지원한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만큼 패드 지원이 뛰어나다는 것이죠.
3-2) 세계관 설명의 부재
앞서 세계관에 대해 (굉장히)간략하게 설명드렸지만, '워해머 40K'의 세계관은 매우 방대하고 복잡합니다. 이 게임의 스토리 모드를 고작 7~8시간 즐기기 위해서 며칠간 그 많은 스토리를 공부하는 것은 아무래도 비효율적이겠죠. 그런 게이머들을 위해 세계관을 간단히 소개할 수 있는 장치가 있었다면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워해머 40K'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이 처음이기 때문에, 게임 중에 그들이 사용하는 용어들의 대부분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뉴비에게는 매우 불친절한 게임입니다.
3-3) 가슴이 뜨거워지는 연출
우리는 1편에서 이단으로 의심받던 '타이투스'를 플레이 하게 됩니다. 이번 2편에서도 여전히 타이투스를 의심하는 인물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전장에서 함께 피를 흘리며 쌓아간 신뢰를 통해서, 의심은 걷어내고 끈끈한 전우애를 완성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가슴이 웅장해지며(?), 아드레날린이 테스토스테론이 솓구치기도 합니다. 비단, 인물 간의 연출 뿐만 아니라, 대량의 타이라니드 군세와 맞서는 인류 제국의 모습에서, 압도적인 전장 상황에서 가슴이 웅장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겁니다.
3-4) 하지만 너무 짧은 캠페인
저는 개인적으로 멀티 플레이를 선호하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이 게임도 역시 스토리 모드만 즐겼고, 엔딩을 본 후에 멀티 플레이는 찍먹으로 딱 한 판만 해봤는데요. 클래스(병과)를 선택할 수 있고, 무기도 업그레이드가 가능해서 파고들 요소는 충분해 보입니다. 즉, 이 게임은 멀티가 사실상 주 콘텐츠인 셈입니다. 그러니, 저처럼 멀티를 좋아하지 않고 싱글 플레이를 선호하는 경우에는 볼륨이 너무 짧아서 아쉬울 수 있습니다. 저는 정확히 7시간만에 엔딩을 봤습니다. 좀 더 큰 볼륨의 스토리 모드를 원한다면 이 게임은 비추합니다.
4) 추천 대상.
그렇다면 <워해머 40K : 스페이스 마린 2>는 어떤 게이머에게 적합할까요? 간단하게 정리해봤습니다.
워해머40K의 세계관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필수.
-> 너무 당연하게도, 그런 분들이라면 제 리뷰를 보고 구매를 결정하고 있지는 않으시겠죠.
머리 비우고, 전장 한복판에 뛰어들고 싶다.
-> 강력 추천합니다.
가슴이 웅장해지는 상남자들의 전우애를 느껴보고 싶다.
-> 역시 강력 추천합니다.
빌어먹을 소울라이크 트렌드에 질렸다.
-> 그렇다면 슈팅게임인 스페이스마린2를 해볼만 합니다.
그냥 할 게임 없어요?
-> 역시 스페이스마린2 해볼만 합니다. so so.
-> 단, 싱글만 하면 가성비가 떨어지기 때문에, "멀티까지 즐기겠다"하는 경우에만 구매.
마무리.
개인적으로 워해머 40K 세계관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정말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던 타이틀입니다. 그런데 어쩌다가 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나니, 반대로 '워해머 40K'의 세계관이 궁금해졌습니다. 어쩌면 세계관 설명의 부재는 제작진이 의도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임을 재밌게 만들면, 유저가 스스로 세계관이나 설정을 찾아보게 되니까요.